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은 낚시터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사랑의 깊이를 원한다. 그러나 주인공인 살아가는 환경은 숙명적이다. 영화의 줄거리와 낚시터, 그리고 낚싯바늘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영화의 줄거리
벙어리 희진은 낮에는 낚시꾼들에게 음식을 팔고, 밤에는 몸을 팔며 살아간. 어느 날 외도를 하는 애인을 살해하고 전직 경찰이었던 현식은 낚시터로 몸을 피한다. 작은 호수에서 집을 띄워놓고 음식만 공급받으면 살아갈 수 있는 이곳에서 현식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희진이 자살을 막으면서 묘한 교감이 생긴다. 사복 경찰들이 범죄자 검문검색을 위해 낚시터를 찾는다. 다른 수배자가 도주 중 경찰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는 모습을 본 현식은 낚시 바늘을 입에 넣고 삼켜 자살을 시도한다. 현식의 입에서 낚시 바늘을 꺼낸 희진은 현식의 고통을 상쇄시켜 주려는 듯 관계를 맺는다. 그날 이후, 희진은 현식에게 집착을 보이고 그녀의 사랑을 피해 현식은 낚시터를 떠나려 한다.
낚시터
영화 섬은 거주자와 방문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욕망에 관한 영화이다. 결핍이 나 긍정의 욕망이 아니라 사회의 기존질서와 체제 속에서 불결한고, 혐오하며 배제시키고자 했던 부정적인 욕망들이 영화의 전면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욕말을 거침 업이 쏟아내는 영화의 배경은 낚시터 저수지이다. 낚시터는 불결한 욕망과 감정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는 은닉의 공간이다. 단일 공간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극단적이고 파멸적인 상황에 주목하는 것은 김기덕 감독의 다른 영화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관계화 욕망에 있어서 인물들의 선택은 치명적으로 하강하는 에너지가 지배적이다. 감독의 카메라는 물질주의 소비사회에서 은폐되었던 혐오스러운 감정과 충동, 불안과 공포를 드러내는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실과 절연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성은 더욱 치열하게 육체에 집착한다. 영화 <섬>에서 본능적인 몸짓은 허위와 가식의 언어를 대신하고, 육체로 소통하는 감정의 원초적인 표현들은 즉각적이고 직설적이다.
인물들의 욕망
'섬'에서 인물들의 욕망은 존재의 근거가 되는 대립적인 것들의 경계에서 더욱 극적이다. 그리고 입과 항문, 생식기는 오물을 배설하는 물 위에서 경계 자체가 무색해진다. 저수지에서 삶과 죽음, 흡입과 배설, 결합과 분리의 경계는 허물어진다. 사실 삶과 죽음, 흡입과 배설, 결합과 분리는 구분되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흡입 속에 배설이 있다. 그리고 결합 속의 분리는 이미 일체이다. 결코 이들 대립적인 것은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상학적 차이로 분류될 뿐이다. 저수지는 외형적으로는 낚시터이고, 방갈로이고 여주인공의 집이고, 배다. 공간은 궁극적으로 희진의 육체로 치환된다. 낚시터는 감독의 주관적 공간으로서 영화적으로 형상화된다. 육체는 욕망을 표면화하는 기표이고, 낚시터는 욕망의 기호로 작용하고, 물은 욕망을 이중적으로 의미화한다. 이런 맥락에서 남자주인공의 죽음에 대한 충동은 삶에 대한 충동이다. 그리고 육체에 대한 희진의 폭력적인 파괴와 죽음 역시 삶에 대한 욕망이다. 이러한 경향은 영화의 에필로그에서 더욱 선명하게 알려진다. 감독의 다른 작품에서처럼 불친절한 서사의 빈 공백을 메우는 영화 영상이미지는 에필로그에서 더욱 선명하면서도 추상적인 이미지로 서사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다. 이미지는 존재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 여기서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고, 해석의 층을 두껍게 남긴다. 결코 의미맥락에서 즉각적이지도 직설적이지도 않다.
낚싯바늘의 의미
희진의 야생적인 행동에 지친 현식은 그녀 곁을 떠나기로 한다. 희진이 잠이 든 사이 배를 타고 안개 낀 저수지를 빠져나간다. 뒤늦게 현식의 부재를 알게 된 희진은 현식이 입으로 넣었던 낚시 바늘을 자신의 자궁 속으로 집어넣고 힘껏 당긴다. 그녀는 자신의 살점 뜯어내는 고통의 외마디 절규를 토해낸다. 희진의 행위는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충동적이고 강렬한 메시지다. 배를 타고 떠나던 현식이 되돌아와서 그녀의 자궁 속 낚시 바늘을 빼낸다. 현식은 자궁에서 빼낸 바늘의 고리를 두 개 나란히 놓으며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 놓는다. 하트 모양의 클로즈업은 사랑의 염원으로 나중에 자궁회귀와 연관된다. 서사적 인과관계는 하트 모양의 클로즈업에서 자학적 폭력에 대단 감독의 의도를 노골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방문자들에게 있어서 낚시 바늘은 욕망은 배설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지만 희진에게 낚시 바늘은 분노의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면서 내면적이고 심리적인 언어를 표현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현식이 입으로 삼켰던 낚시 바늘을 희진의 자궁 속으로 스스로 집어넣음으로써 죽음에 대한 강렬한 충동을 예감할 수 있다. 그들의 극단적이고 치명적인 행동은 가장 안전한 통합을 소망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적인 삶에 대한 처절한 몸부림에 가깝다. 김기덕 감독의 직설적인 대화법이다. 직설적인 방법은 사회에서 우리가 외면하고 숨기고 있는 현실들을 폭로하기 위해 감도깅 선택하는 주관적인 예술적 전략이다.